[야설 게시판] 아내의 소개팅 - 10부 - 딸타임

아내의 소개팅 - 10부

“아니, 병원 다녀온다는 여자가 몇 시에 들어오는 거야? 당신 요즘 왜 그래? 엄마가 애 내팽개치고 늦게 나다니기 일쑤고.”



버럭, 집에 돌아와 대충 세수를 하고 있는 그녀의 등 뒤로 남편의 성난 목소리가 꽂힌다. 좀처럼 화내는 걸 보기 어려운 순한 성격의 남자가 이럴 정도면 내가 지나치긴 했어. 윤정은 마음 한 구석에 미안한 감정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당황하지 않았다. 현우와 처음 섹스를 한 날, 다음 날 남편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그녀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하지만 지금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차분하게 남편의 역정에 대꾸하는 그녀. 적당히 둘러댈 알리바이는 물론이요, 심지어 남편을 몰아세우기까지.



“내가 휴대폰 잃어버려서 전화 못 받았다고 했잖아. 하루 종일 이거 찾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마누라 사정은 안 들어주고 그렇게 짜증이야! 그리고, 그렇게 치면 오빠는 연락 안하고 늦은 거 한 두 번이야?”



문을 쾅 닫고 안방에 들어온 그녀는 혼자 혀를 낼름 내밀었다. 그녀의 역공에 꿀먹은 벙어리가 돼 혼자 씩씩거리고 있는 남편의 표정에 조금 미안해지기도 했으나, 윤정은 이런 상황을 용케 넘기는 스스로가 대견했다.



“이걸 어째?”



옷을 갈아입느라 외출복을 벗은 그녀는 거울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가슴 근처에 난 선명한 키스마크. 그것도 한 두 개가 아니라 마치 개미떼에게 물린 것처럼 다닥다닥 온통 새빨간 자국들. 순간 남편이 방문을 확 열고 들어왔다.



“어맛, 노크도 안 하고 들어와요?”



앙칼진 아내의 면박에 남편 준기는 머쓱하게 방문을 닫고 도로 나갔다. 윤정은 얼른 실내복으로 갈아입었다.



똑똑-



“동훈이 엄마, 나 들어간다... 아니 근데 언제부터 우리가 안방에 드나들 때 노크를 했지? 부부지간에 갑자기 내외하는 거야?”



남편은 기가 찬다는 표정이었다. 연락도 없이 늦게 들어온 주제에 되레 역정을 내지 않나, 갑자기 안방에 들어오는데 노크를 안 했다고 짜증을 부리지 않나. 이 여자가 벌써 갱년기 증상을 보이는 건가.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사귄 것부터 치면 벌써 15년간 연인이자 부부로 살아온 사이다. 하지만 낯설다. 요즘 아내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여겨지는 건 그냥 내 기분 탓인가. 아내의 이상한 태도에 준기는 화가 난다기보다는 오히려 두려움이 몰려왔다. 친근하던 아내를 잃어버린 것 같은 느낌.



“뭘 그렇게 빤히 쳐다 봐?... 저녁은 먹었어요?”



저녁은 먹었어요? 아내로서의 의무감에 마지못해 내뱉은 한 마디.



“당신은 먹었어?”



반문하는 준기의 목소리가 따뜻하다. 갑자기 부드러워진 남편의 목소리에 흠칫 놀란 눈이 된 윤정.



“미안해. 자기 사정 안 물어보고 먼저 막 화내서...”



더 화를 내도 모자랄 판에 남편이 먼저 사과를 한다. 윤정은 괜스레 미안해진다. 하지만 여기서 흔들리면 안 되지. 그녀는 지킬 것을 지키고 가릴 것을 가리기 위해 끝까지 쌀쌀맞게 굴기로 한다. 시간에 묻어 상황을 흐지부지 만들리라.



“몰라. 피곤해. 내일 얘기해. 나 먼저 잘게.”



윤정은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 남편은 한 동안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더니 자신도 스르르 침대 속으로 들어왔다. 윤정은 곁에 누운 남편의 존재감이 부담스러웠다. 다른 남자랑 섹스를 하고 들어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 오늘따라 남편이 더 귀찮다.



“윤정아.”



은근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몸을 밀착시키는 남편. 그의 손이 윤정의 어깨를 넘어 가슴으로 내려온다.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안방 불도 끄지 않은 상태에서 남편이 키스마크로 가득한 자신의 가슴을 본다면 일이 커지고 만다. 윤정은 홱 남편의 손을 뿌리친다.



“이러지 마. 나 피곤하다고 했잖아!”



윤정은 찬바람을 일으키며 남편으로부터 등을 돌렸다. 무안함과 분노가 뒤섞인 준기의 얼굴. 그날 밤 부부는 밤새 서로 등을 돌린 채 잠을 잤다.







일요일 오전, 남편은 어제의 앙금이 남았는지 윤정에게 말도 걸지 않은 채 어디론가 나가버렸고, 동훈이는 거실에서 TV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링-

침실에 앉은 채 어젯밤 남편과의 말다툼에 싱숭생숭해 있던 윤정은 한낮에 걸려온 전화가 반가웠다. 친구 미연이었다. 지금의 복잡한 상황을 만들어준, 그러하기에 미워할 수도 고마워 할 수도 없는 친구.



“윤정아, 잘 지내니?”



“그럭저럭.. 넌 어때?”



“응, 난 좋아... 윤정아... 나 다음 달에 결혼해.”



“뭐? 누구랑?”



“어, 그 남자랑.”



세상에. 미연이가 결혼을 한다. 회사 후배였던 그 남자. 미연이를 이혼녀로 만들고 애까지 임신시켰던 바로 그 놈. 윤정이 벌이는 이 우스꽝스러운 가면극의 단초를 제공한 바로 그 놈. 근데 드디어 미연이가 그와 결혼을 한다는 거다.



“뭐야? 너 이혼녀라서 그 남자 엄마가 안 된다고 했다며?”



“그렇게 됐어. 나 임신한 거 알고... 근데 이 기지배야, 축하는 안 해주니?”



“당연히 축하하지. 근데 야 이 바보야, 그럴 걸 왜 그렇게 속을 썩였니? 진작 그 남자한테 애 가졌다고 말하지.”



쏙 쏘아붙이면서도 윤정은 알았다. 자존심 강한 미연이 애를 빌미로 남자한테 매달리지는 않았으리라는 걸. 그래도 어찌됐든 잘 됐네.



“결혼식은 가족들만 불러서 조그맣게 하려고. 사람들한테 소문 안 내고. 그래도 너한텐 알리는 게 맞는 것 같아서..”



“그러엄. 내가 누구 땜에 이름까지 송미연으로 바꿔가며 고생했는데.”



장난스레 한 말이지만 윤정은 속으로 뜨끔했다. 미연아, 나 아직도 송미연으로 살고 있어. 그런데 어떻게 이윤정으로 돌아오는 건지 방법을 모르겠어. 이 고백을 입안으로 씹어 삼키며 윤정은 무언가 뜨거운 것이 목구멍까지 차오름을 느꼈다.



“그래. 다른 사람은 몰라도 윤정이 너한테만은 꼭 알려주고 싶었어. 우리 부모님 말고 너한테 젤 먼저 전화한 거야.”



“이거 황송해서 몸둘 바를 모르겠다.”



“내가 그동안 여러 사람 고생시켰네. 니 덕분에 결혼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잘 살게. 고맙다, 친구야.”



“그래... 그래야지. 부모님이 좋아하시겠다.”



“응. 속 썩이던 딸이 재혼한다니까 무뚝뚝한 우리 아빠도 기분이 좋으셨나봐. 어제 친구들한테 잔뜩 술을 사셨대. 어, 그래. 그 사람. 너랑 소개팅한 김현우씨 외삼촌, 그 분도 같이 술 마셨대. 아마 김현우씨도 내 결혼 소식 듣겠지. 그 사람은 내가 아니라 니가 결혼하는 걸로 알 거야. 앞으로 혹시라도 거리에서 그 사람 마주치면 유부녀 티 내도 돼. 큭큭큭.”



미연이 키득거리는 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윤정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현우씨가 알게 된다고?”



놀란 윤정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어, 왜? 그 남자가 알면 안 되는 일이라도 있니?”



“아, 아냐. 그냥 상황이 재밌어서. 무슨 드라마 소재같잖니.”



“뭐, 이를테면 막장 드라마지. 하하하.”



여장부스러운 미연이의 웃음. 막장 드라마라.. 윤정은 씁쓸하게 따라 웃었다. 막장 드라마 맞지, 뭐. 자신이 아닌 철저하게 송미연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채 남편을 속이고, 불륜남도 속이고. 게다가 이름도 모르는 남자와 두 번씩이나 섹스를 하고. 미연아 알려줘. 내가 어떡하면 송미연이란 늪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지.



“그래, 조만간 얼굴이나 한 번 보자. 지난 번 소개팅 건으로도 한 번 쏘기로 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못했잖니. 근사하게 한 턱 낼게.”



“그래. 너도 결혼 준비 잘 하고.”





전화를 끊은 윤정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현우씨가 모든 걸 알게 된다. 미연이가 재혼한다는 소식이 그의 귀에도 들어간다. 당연하지 이 맹추야, 윤정은 스스로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언제까지 송미연인 척하며 살 수 있을 줄 알았니? 싫든 좋든 이젠 사실을 밝혀야 한다. 현우씨 앞에 모든 걸 이야기해야 한다. 서둘러야지. 그이가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진실을 알게 되기 전에 내가 먼저 밝히는 게 맞다. 그로 인해 모든 걸 잃는다 해도, 이젠 밝힐 수밖에 없다. 윤정은 전화를 걸었다.



“현우씨, 네, 좀 있다가 만나요. 아뇨, 시간이 갑자기 생겼어요. 네, 그리 갈게요. 나가면서 연락 다시 줄게요. 네.”



현우와 통화를 끊은 후 윤정은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엔 친정엄마였다.



“엄마, 내 친구 미연이 알지? 응? 옛날에 우리 집에 놀러와서 자고 간 적도 있잖아. 그래. 이혼했다던 애. 응. 걔가 오늘 결혼하는 데 내가 깜빡했지 뭐야. 응. 그래서 잠깐 동훈이 좀 거기 데려다 놓으면 안 될까? 애 아빠는 바쁜 일 있어서 나갔어. 응. 미안해요. 내가 곧 갈게. 네. 고마워요, 엄마.”



윤정은 화장대에 앉아 순식간에 화장을 마쳤다. 혹여 현우씨 귀에 이야기가 먼저 들어갈까 노심초사, 그녀는 몸도 마음도 급했다. 아들을 데리고 택시에 오른 그녀. 급한 마음에 아들 동훈이가 옆에 있는데도 윤정은 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나왔는데 어딜 잠깐 들러야 해요. 한 시간 뒤에 우리 처음에 만났던 **호텔 커피숍에서 봐요.”



‘다른 선택은 없어. 말하는 거야. 모조리. 처음부터 끝까지.’



아들을 친정에 데려다놓고 서둘러 택시를 잡아 탄 윤정은 반지를 어루만지며 되뇌었다. 어쩌면 오늘 이후 다시는 현우의 얼굴을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녀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상황.





“미연씨!”



호텔 로비에서 현우가 손을 흔들며 여자를 불렀다.



“미연씨가 보자고 하면 나야 좋지만, 이렇게 급하게 서두르니 좀 겁나는데요. 뭐, 별 일 없는 거죠?”



현우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곧 벌어질 상황은 짐작도 못한 채 여유만만한 모습. 어젯밤 카섹스의 여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은 사내는 짐짓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마치 미술품을 감상하기라도 하듯 윤정의 몸매를 주욱 훑어 내렸다.



“역시, 으흠~ 언제 봐도 미연씨는 내 타입인데요.”



자신의 절박한 속마음을 모르는 현우의 장난이 윤정에게는 더더욱 부담이었다. 어떻게 정색을 하고 말을 꺼내야 할지. 윤정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여자의 얼굴에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현우도 윤정의 분위기가 평소와는 어딘가 다르다는 걸 눈치 챘다. 남자의 표정에서 장난기가 사라졌다.



“미연씨, 정말.. 무슨 일 있어요?”



“일단 들어가서 앉아요.”



윤정은 총총 앞장 서 커피숍 안으로 들어갔다.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앞서 걷는 여자의 뒷모습이 을씨년스럽다.



‘설마.. 청혼을 거절하려는 건가?’



현우는 뒤따라가며 마른 침을 삼켰다.





“저.. 현우씨.”



여자는 남자의 이름을 부르고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했다.



“저를 사랑하세요?”



그녀의 질문이 오묘하다고, 현우는 여겼다.



“물론 사랑합니다. 남은 제 인생 전부를 걸 수 있을 정도로.”



현우는 가슴을 펴며 말했다. 운동으로 단련된 넓고 강인한 어깨선. 여자는 남자의 가슴이 눈부실 만큼 멋지고 믿음직스럽다고 생각했다.



“현우씨가 사랑하는 건 누군가요?”



물어보는 여자의 눈이 쏟아질 듯 커졌다. 현우는 도대체 여자의 질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당연히 미연씨죠.”



“그게 당연하지가 않다면요?”



“미연씨, 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듣게 해줘요!”



“만일.. 제가 송미연이 아니라면요?”



현우는 말문이 막혔다. 분위기상 그녀가 장난을 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분명 우리나라 말인데 남자는 여자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미연씨가 미연씨가 아니면 누구란 말인가요?”



“저는... 이윤정이예요. 송미연이 아니라.”



“미연씨가... 개명이라도 했단 말인가요?”



“아뇨. 이윤정이 가명을 썼던 거죠. 송미연으로.”



“미연씨의 원래 이름이 이윤정이었다고요? 그건 저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데요?”



“아뇨. 큰 문제가 되죠. 송미연은 이혼녀이고, 이윤정은 남편이 있는 유부녀이니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번쩍, 아주 잠깐 현우의 눈에서 불똥이 일었다고 윤정은 느꼈다. 현우는 입을 딱 벌린 채 다물지 못했다.



“남편만 있는 게 아니라 애도 하나 있죠. 저는 직장을 다니지도 않고, 부모님과 살지도 않아요. 현우씨가 알고 있는 송미연은 제 친구예요. 제가 제 친구 미연이 대신 그 날 소개팅에 나온 거죠.”



이제 현우는 눈에 띄게 몸 전체를 부르르 떨고 있었다.



“저는 아직도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군요. 미연씨. 아니 윤정씨라고 했나요?”



“처음부터 모두 말씀 드릴게요.”



잔뜩 긴장했던 윤정은 일단 이야기를 꺼내자 거짓말처럼 차분해졌다. 슬퍼하지도 미안해하지도 않는 담담한 표정으로 윤정은 자초지종을 풀어냈다. 친구 미연의 개인사와 임신한 이야기, 그리고 그녀를 대신해 소개팅에 나온 이야기, 예상치 못한 음주 후 강간, 그리고 사랑에 빠진 것까지. 여자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현우는 그녀와의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사랑스러운 여자 송미연과 함께 했던 짜릿하고 즐거운 추억들.



“듣고 있어도 믿기지가 않는군요.”



윤정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현우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여기요. 반지.”



윤정은 현우가 주었던 청혼반지를 내밀었다.



“저를 나쁜 여자라고 욕해도 좋아요. 이 반지... 제가 받을 자격도, 받을 수도 없어요.”



“아뇨. 일단 그대로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좀 줘요. 아직 너무 혼란스럽네요. 일단, 일단 다시 연락할게요. 생각을 좀 정리하고 다시 만나요.”



남자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여자는 반지를 쥔 채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저 폭풍이 지나간 것뿐이야. 그럼 내일은 오늘보다 맑겠지.’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윤정은 문득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옆에 앉은 중년 부인이 이상한 듯 훔쳐보았으나 윤정은 마냥 눈물을 주루룩 흘렸다.







쨍그랑-

식탁에 놓여있던 유리컵이 맞은 편 벽 한가운데 박히면서 와장창 깨졌다.



“이런 썅년!! 감히 나를 가지고 놀았다 이거지?”



집에 돌아온 현우는 이성을 상실한 듯 보였다. 윤정 앞에서 한결같이 부드럽고 젠틀한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천하의 김현우가 그런 한가한 여편네의 노리개가 됐다 이 말이지? 이건 말도 안 돼!! 으아아아아!!!”



남자의 광기어린 몸짓에 거실은 난장판이 돼있었다. 문득 어지러운 바닥에 떨어져 있는 CD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CD에는 이라는 라벨이 붙어 있었다. 송미연.. 물론 현우가 구워둔 것이다. 윤정과 사무실에서 나눈 섹스장면을 몰래 촬영한 동영상. 현우는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고 CD를 컴퓨터에 넣었다. 곧 그와 윤정의 섹스 동영상이 플레이됐다. 여자의 새하얀 엉덩이를 미친 듯 애무하는 자신의 모습. 달콤한 키스. 부드럽고 풍만한 가슴, 애간장을 녹이는 여자의 색소리, 결코 잊을 수 없는 그녀의 찰진 보지. 화면을 보던 현우는 그 감촉 하나하나가 생생히 되살아났다.



“정말... 미치겠군.”



우두커니 모니터를 보던 현우는 나지막히 독백을 뱉었다. 잠시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던 그는 어디론가 휴대전화를 걸었다. 반대편으로 가는 신호음. 하지만 상대방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전화는 곧 음성수신으로 넘어갔다.



“여보세요. 미연씨, 아니 윤정씨. 내 메시지 들으면 문자 남겨요. 우리 내일 언제 볼 수 있나요? 나는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연락줘요. 중요한 할 얘기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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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전개상 야한 장면은 한 회 쉬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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