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게시판] 아내의 소개팅 - 3부 - 딸타임

아내의 소개팅 - 3부

#3





또각 또각 또각

호텔로비에 들어서자 이제껏 아무렇지도 않았던 심장이 방망이질을 치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심호흡을 했지만 여전히 숨이 가빴다.



‘미친 년. 나 대체 어쩌자는 거지?’



윤정은 현우를 다시 만나러 온 자기 자신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남편 이외의 첫 남자. 세상에 그런 게 가능하기나 한 걸까. 난 나쁜 여자인 걸까. 동훈이에게 난 나쁜 엄마인 걸까. 한동안 자책하던 윤정의 눈에 멀리 의자에 앉아있는 현우의 실루엣이 들어왔다.



‘그래, 강남의 팔자 좋은 여자들은 그렇게 하고도 산다던데 나라고 안 된다는 법이 어딨어? 못 하고 사는 년이 병신이지.’



만용이랄까. 막상 김현우를 보자 윤정은 지금껏 떨리던 가슴이 거짓말처럼 고요해졌다. 호흡도 정상이 됐다. 어제 한 번 만났을 뿐인데, 남녀 간의 섹스란 이처럼 오묘한 걸까.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처럼 그를 대하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다.



“미연씨, 와주셨군요.”



기쁨이 겹다는 듯한 몸짓으로 김현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윤정을 맞이했다. 눈빛과 눈빛, 어색할 수도 있는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 상대방을 지긋이 바라보며 한동안 떨어지지 않았다. 윤정은 진심을 읽었다. 어젯밤 자신의 동의도 받지 않고 강제로 자신의 몸을 범한 이 남자의 눈 속에 사랑의 감정이 담겨 있다고, 그녀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왜 사람을 애 먹여요? 결국 이렇게 나타나줄 거면서.”



현우의 짓궂은 질문에도 진심은 묻어 있었다.



‘하루 종일 당신을 보고 싶었어요. 당신 연락만 기다리고, 당신 목소리만 내 귓가에 맴돌았어요. 당신이 그리워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윤정은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대답 대신 그녀는 한동안 그의 눈에서 떼지 못하던 시선을 조용히 아래로 향했다.



사랑스럽다.

수줍은 듯 고개를 떨구는 여자의 모습에 현우는 묘한 흥분이 밀려왔다. 어젯밤 자신의 품에 안겨 귀엽게 색소리를 내던 이 암컷이 지금은 소녀처럼 부끄러워하고 있다. 이 앙큼한 여우같으니.



자칭 여자를 다루는 방면에 선수라고 자부하는 현우도, 지금 눈앞의 여자에게 마음 속 깊이 끌리고 있었다. 현우는 결국 여자가 자신을 만나러 올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만일 오늘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현우의 집요한 공격에 다시 무너졌으리라. 어제 침대 위에서 그녀의 탐스러운 몸에 마음껏 욕정을 베풀면서 그는 확신했다. 이 여자, 남자에게 굶주렸다. 굶주린 이혼녀를 정복하는 거야 현우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 다만, 현우 역시 한두 번 따먹고 버리는 상대가 아니라 진지하게 이 여자가 마음에 들었다는 게 평소와는 다른 점이었다.



이혼한 이후 현우는 수많은 여자를 만났다. 물론 이혼 전에도 그의 주변에는 여자가 많았다. 그러한 복잡한 여자관계가 이혼의 부분적인 이유가 됐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혼한 이후 만났던 ‘돌싱녀’들은 상대적으로 그에게 보다 손쉬운 먹잇감이었다. 처녀들보다 개방적이라고 할까.



하지만 현우도 원나잇만을 추구한 건 아니었다. 나이가 들어가니 안정된 가정의 필요성도 절실하게 느꼈다. 다만 그에겐 분명한 배우자의 조건이 있었다. 자신의 성적 취향을 인정할 것. 사실 이혼을 하게 된 주요한 동기도 그것이었다. 헤어진 전 와이프가 현우의 취향을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김현우였기에, 미연의 미모도 미모였지만 자신의 몽둥이질 몇 번에 금세 쾌락으로 몸을 뒤틀던 민감한 성감대를 지닌 그녀는 특별하게 다가왔다.



“우리 장소 옮길까요? 어제도 여기서 식사했는데, 오늘은 더 좋은 데로 모실게요.”



이번에도 윤정은 조용히 따라 일어섰다. 좋다 싫다 표현은 없었지만, 현우는 확신했다. 오늘 하루 종일 내 전화를 안 받았지만 이 여자, 내게 호감을 갖고 있다. 경험상, 이 정도까지 넘어왔으면 사실상 게임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일단 호감을 보인 여자가 이후에 펼쳐질 현우의 빛나는 재력과 현란한 말솜씨와 훌륭한 섹스 테크닉에 넘어오지 않는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제부터는 현우의 마음먹기에 달린 셈이다. 어쩐지, 이번만큼은 서두르지 않고 속도조절을 하고 싶었다. 문득 달달한 연애가 그리워졌달까.



현우의 차는 무슨 퓨전 한정식집을 향해 시 외곽으로 달렸다. 윤정의 예상과는 달리 20분가량 달리는 차 안에서 현우는 조용했다. 그녀의 옷을 발가벗겨 성난 육봉을 강제로 삽입하던 게 바로 어젯밤인데 같은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매너 있게 행동했다. 심지어 현우는 윤정의 손을 잡지도 않았다. 다만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잠깐씩 유머를 날리는 정도. 현우의 농담에 웃다가 윤정의 손끝이 현우의 손바닥에 닿았다. 여자는 움찔 손을 거두었고, 남자도 빙긋 웃으며 점잖게 손을 내려놓았다. 세심한 몸가짐. 정욕에 눈 먼 수컷과 암컷만이 존재했던 어젯밤의 기억은 꿈처럼 아련했다. 마치 그런 일은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는 남자와 여자만이 차 속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윤정은 현우를 바라보았다. 어제는 처음 봤을 때부터 자신감이 넘쳤다면, 오늘은 어딘지 모르게 주저하는 듯하다. 어제 침대 위에서 그녀의 몸을 가질 땐 바람둥이처럼 보이더니, 지금의 이 남자는 처음 소개팅에 나온 대학생처럼 느껴졌다.



차는 목적지에 도착했고, 두 남녀는 조용한 별실에서 우아하게 코스 요리를 즐겼다. 복분자 막걸리가 몇 잔 돌면서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연신 농담을 해대는 현우의 목소리 톤이 조금 높아졌고, 요조숙녀처럼 조용히 있던 윤정 역시 재잘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은 밤 11시를 넘어섰다.



남편이랑 아들 동훈이는 저녁을 잘 해먹었을까. 기껏해야 짜장면이나 시켜먹은 건 아닐까. 외간 남자를 만나는 이 불륜의 현장에서도 윤정은 여전히 아내이고 엄마였다. 유부녀 이윤정의 존재조건인 남편과 아들. 이윤정, 정신 차려!!



“현우씨 이제 들어가봐야 할 것 같아요. 너무 늦었네요.”



“아, 미연씨 부모님이 기다리신다고 했죠?”



현우 앞에서 윤정은 철저하게 송미연으로 행동했다. 남편과 아들이 있을 리 없는 이혼녀 송미연. 그런 그 앞에서 시간을 지켜 귀가해야 하는 이유가 부모님 외에 마땅치 않았다.



“미연씨, 조금만 더 시간을 같이 있어줘요. 제 사무실에 가서 커피 한 잔만, 딱 한 잔만 더 해요,”



달콤한 제안이다. 여자는 흔들렸다. 남편도 아이도 짐처럼 여겨졌다.



“그럼... 정말 딱 한 잔만.”



“오케이!”



두 사람을 태운 차는 강남의 한 빌딩 앞에 멈췄다.



“여긴.. 어디죠?”



“대단하지는 않지만, 제 이름으로 돼있는 빌딩입니다. 여기 11층에 제 개인 사무실이 하나 있어요?”



“학원 원장님으로 알고 있었는데...”



“물론 학원도 갖고 있긴 한데, 운영자는 따로 있어서 별로 관여하진 않고 있습니다. 오후에 잠깐 들러 간부회의만 하죠. 주로 시간을 보내는 곳은 이 사무실이예요.”



“여기선 뭘 하세요?”



“생각이요.”



“네? 무슨 생각이요?”



“돈 벌 궁리, 주식 투자할 궁리, 부하직원들 부려먹을 궁리, 골프 칠 궁리, 여행 갈 궁리, 맛있는 거 먹을 궁리, 그리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미연씨를 꼬실 궁리요”



풋- 여자는 실소했다. 듣기 싫지 않다. 처녀 시절의 매력을 잃어가는 안타까움에 마음 졸일 나이인데, 남자로부터 ‘아름답다’거나 ‘꼬시고 싶다’는 말을 듣는 건 과분한 대접이 아닐까. 게다가 아까부터 끊임없이 농담을 하던 현우였기에 미연은 별 부담 없이 남자를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와!”



사무실의 불을 켜자 윤정의 입에서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사무실이라기보다는 원룸형 주택에 가까운 실내. 없는 게 책상, 컴퓨터, TV, 서랍장, 옷장, 침대, 냉장고, 러닝머신... 그냥 살림을 차려도 부족함 없어 보이는 데다 깔끔하게 정리돼 있기까지 했다. 인테리어는 현대적이면서도 원목이 많이 들어간 디자인이었다.



“현우씨, 여기서 사세요?”



윤정은 직접 커피를 내려서 갖다주는 남자에게 물었다.



“어차피 집에 들어가 봐야 기다려주는 사람도 없는데요, 뭘. 일주일에 2~3일은 여기서 자고 가요.”



자고 간다... 윤정의 가슴이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에 오피스 한켠에 놓여있는 침대가 눈에 들어왔. 사무실에 흔히 놓여있는 간이침대가 아니라 2인용 매트였다. 특별히 고급스러워 보이진 않았지만 참 포근할 것 같은 분위기. 괜히 여자의 양 볼이 발그레 달아올랐다.



“커, 커피 잘 마셨어요. 이젠 정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갑작스런 여자의 태도변화에 현우는 조금 당황했다. 아, 분위기 좋았는데 왜 저러지?



“미연씨!”



현우는 잔을 내려놓고 몸을 돌려 문쪽을 향하는 여자를 불러 세웠다. 멈칫, 여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성큼 다가오는 남자에게서 익숙한 체취가 풍겼다. 어젯밤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마음껏 느꼈던 남자의 땀 냄새. 여자의 손끝이 파르르 가늘게 떨렸다.



“미연씨, 그냥 보내주긴 싫어요.”



여자는 등 뒤에 서 있는 남자의 존재감에 압도되고 있었다.



“이렇게 등 뒤에서 미연씨를 한번만 그냥 안아보면 안 돼요?”



윤정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럴 때 여자의 침묵은 ‘예스’다. 현우는 한 걸음 더 다가왔다. 남자의 콧김이 여자의 귓등을 간질였다.



“다른 짓 안 하고 가만히 안아만 볼게요. 괜찮죠?”



역시 윤정은 대답하지 않았다. 스르르 남자의 팔이 부드럽게 여자의 허리를 감았다. 윤정은 눈을 감았다. 남자의 왼쪽 볼이 여자의 오른 뺨에 닿았다. 까칠한 남자의 턱수염도 여자에겐 자극적이었다.



“미연씨, 떨고 있네요? 예뻐요. 파닥거리는 작은 새 같아. 이렇게 품에 꼭 안아주고 싶어져요. 저... 부탁 하나만 더 할게요... 미연씨, 가슴도 만져보고 싶어요.”



꼴깍. 윤정은 마른 침을 삼켰다. 이번에도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고, 남자는 ‘예스’로 알아들었다. 여자의 허리에 있던 남자의 손이 가만히 위로 올라와 양손에 윤정의 둥근 가슴을 쥐었다. 큼직한 남자의 손에 가득 들어오는 유방. 애를 낳아 키운 여자의 가슴치고는 늘어지지 않고 탄력적이었다. 천천히 남자는 손에 힘을 쥐어 여자의 가슴을 주물렀다. 원피스와 브래지어의 질감이 몰입을 방해했지만, 그렇다고 남자의 물건이 커지는 것까지 막지는 못했다.



남자의 아랫도리가 단단해지는 걸 느끼자 여자도 흥분하기 시작했다. 여자는 벌써 젖고 있었다. 남자는 입술로 부드럽게 여자의 오른쪽 귀를 애무했다. 여자는 눈을 감은 채 윗니로 아랫입술을 지긋이 물었다. 남자의 입술이 여자의 목덜미에 닿았다. 부드럽게 가슴을 주무르던 남자의 손이 여자의 몸을 타고 서서히 아래로 내려왔다. 손은 여자의 복부를 지나 둔덕을 만졌다.



헉-

민감해질 대로 민감해진 여자가 엉덩이를 뒤로 뺐다. 하지만 남자의 손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자의 치마를 걷어올렸다. 윤정은 자신의 아랫도리가 젖었단 사실을 들키는 게 부끄러웠다. 여자의 손이 남자의 손을 밀어내려 했다. 소극적인 저항. 더욱 팽창한 남자의 물건이 불룩하게 텐트를 쳤다. 남자가 여자의 엉덩이에 자신의 하체를 밀착시키자 남자의 육봉은 부풀대로 부풀었다. 남자는 팬티 위로 여자의 보지를 희롱했다. 이미 팬티는 축축해져 있었다. 남자의 손가락 하나가 여자의 팬티 안으로 사라졌다.



아학-



남자의 손가락은 윤정의 클리토리스를 부드럽게 애무하다 쑥 더 깊은 곳으로 돌진했다. 여자는 여전히 소극적으로 저항했다. 손가락 하나가 더 들어왔다. 찹, 찹, 찹... 손가락의 움직임에 따라 이미 애액으로 흥건한 보지는 음란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미연씨 보지, 앞으론 내 꺼예요.”



달콤한 속삭임. 여자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목을 더듬고 있는 남자의 입술을 찾았다. 키스. 가장 로맨틱하기도 하고, 가장 에로틱하기도 한 사랑의 행위. 남자는 여자의 몸을 돌려 서로 마주 대하게 했다. 입술과 입술, 혀와 혀가 엉켰다. 남자는 치마를 올리고 두 손으로 여자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작은 팬티 한 장은 여자의 커다란 히프를 감추지 못했다.



극도의 흥분으로 숨소리는 거칠었지만 남자는 최대한 자제력을 발휘하는 중이었다. 본능은 곧바로 이 여자를 침대에 눕혀 성난 육봉으로 은밀한 계곡을 유린하라고 속삭였으나 남자는 ‘선수’로서의 면모를 그녀에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어제는 약을 탄 포도주를 먹인 후 강제로 그녀를 가졌지만, 이번엔 그녀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고 말리라. 서두르지 않고 여자가 자지를 넣어달라고 애원할 때까지, 서서히 이 아름다운 여체를 탐할 생각이었다.



띠리리리링 띠리리리링

윤정의 휴대전화기가 울렸다. 여자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풍경은 낯선 공간이었다. 자정이 다 된 시간,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닌, 위험하고 부정한 공간.



전화는 남편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윤정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자신을 안고 있던 남자를 뿌리친 채 옷을 추스르고는 그냥 휙 문을 열고 사무실을 나섰다. 남자의 손길에 놀아난 자신이 부끄러웠고, 자신을 가지고 노는 남자에 대해 화가 났다. 동시에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이 공간으로부터 일초라도 빨리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최 기사, 미연씨 좀 집까지 모셔다 드리지.”



어디선가 나타난 현우의 벤츠가 윤정을 맞이했다. 늦은 시간 택시를 타기도 불안했던 윤정은 말없이 현우의 차에 올라탔다. 현우는 차에 타지 않았다.



“미연씨, 미안해요. 제가 그만 무례를...”



“아뇨, 됐어요. 아저씨, 빨리 출발해주세요.”



윤정은 남자를 외면했다. 냉랭한 바람을 휙 일으키면서 여자를 태운 벤츠가 출발했다. 한동안 어색한 표정을 짓던 김현우의 얼굴에 비로소 야릇한 미소가 번졌다.







다음 날 윤정은 하루 종일 휴대폰을 꺼놓고 지냈다. 하지만 계속 신경이 전화기쪽으로 쏠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애를 재우고 남편 마저 잠이 든 걸 확인한 뒤, 윤정은 몰래 화장실문을 잠가두고 휴대전화를 켰다.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하루 종일 쌓여있던 문자메시지가 한꺼번에 튀어나왔다. 7통의 문자메시지. 떨리는 가슴으로 메시지를 확인했다. 2개의 메시지가 김현우로부터 온 것이었다.



<오전 10시 32분

미연씨 잘 들어가셨나요?

당신을 보면 제가 좀 이상해지나 봐요.

미연씨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습니다.

당신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습니다.

당신의 향기에 날마다 취하고 싶습니다.

제 마음을 받아주세요. 김현우>



<오후 1시

오늘은 하루 편안히 쉬세요.

대신 우리 내일은 꼭 만나요.

저는 내일 하루 종일

어제 갔던 제 사무실에서 기다릴게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제 사무실 주소는

서초구 양재동 ****번지 **타워 11층입니다. 김현우>





미연은 다리에 힘이 풀려 스르르 변기에 주저앉았다. 아마도 이 남자로부터 문자메시지가 100통은 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고작 두 개라니. 허탈하기도 했지만, 마치 자기가 주인인 것처럼 딸랑 주소만 보내놓고 알아서 찾아오라는 식의 매너에는 불쾌감마저 밀려왔다.



‘흥, 지가 왕자인 줄 알아.’



하긴 왕자 맞지 않은가. 큰 키에, 잘 생긴 외모, 떡 벌어진 어깨, 부드러운 음성, 거기다 남부러울 것 없는 재산까지. 이런 남자라면 굳이 이혼녀를 찾지 않아도 여자들이 줄을 설 텐데. 어쩌자고 나에게...





다음 날 아침, 남편과 아이가 없는 집 안에서 그녀는 화장대 앞에 앉았다. 바닥에는 신혼시절 남편과 섹스를 할 때 분위기를 위해 입었던 야한 란제리들이 놓여 있었고, 그녀는 역시 아이 낳고서는 입어볼 생각도 못 했던 짧은 실크 스커트를 꺼냈다.
0 Comments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