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게시판] 아내를 몰카하다 - 에필로그 - 딸타임

아내를 몰카하다 - 에필로그

그 날이 끝나고 마지막 하룻밤을 허락 받은 철근은 아내와 하루 더 그 동네 모텔에서 머문다고 했다. 나는 홀로 집을 향해 걸어갔다.



이제 집으로 가야겠다. 돌아가고 싶다. 너무 피곤하다.



나는 철근이 서울로 올라오자마자 불러내었다. 약속대로 철근에게 이별을 요구했다.



“한달 되었어. 그만하면 된 거 같아. 이제 그만하자.”



“흐흐흐 야 김민철. 윤지는 이제 내 꺼 없이는 못살아. 아니 날 떼어놓아도 또 다른 수컷을 찾아헤매는 몸이 되었다구. 네가 원한 거 아냐? 괜히 다른 수컷 찾아 이 놈 저 놈이랑 하고 다니느니 그냥 내가 책임지고 가줄게. 네 옆에서 도망만 안 치게 해주면 되는 거 아냐.”



“아니야. 그래도 이건 아니야. 흑흑… “



“권씨에게는 내가 잘 말해놨어. 어차피 배짱 없는 인간이고 지난번에 감옥 갈 뻔해서 그런지 완전 겁먹었더라. 내가 알아서 해놨으니까 이제 윤지는 내게 맡겨라. 넌 남편으로 남기만 하면 되는 거아냐. 아내가 원하는 걸 가지게 하고 싶다며?!”



“아니야… 이런 건 윤지가 원하는 게 아닐 거야…”



“흥. 멍청한 놈. 난 윤지나 따먹으러 가야겠다.”



철근은 좌절하고 있는 나를 두고 방을 나서 버렸다. 집에 가니 아무도 없었다. 텅빈 거실과 어두운내가 침실… 그리고 설거지거리가 너저분하게 쌓여있는 싱크대… 축축한 냉기만이 집안에 흘렀다.



몰려드는 피로에 잠이 들고 말았다.



얼마나 잤을까…. 어두운 거실에 나 홀로 이불을 덮고 누워있다. 아무도 없는 집. 한기가 몰아 들었다. 외로웠다. 돌아가고 싶다.



나는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계단을 지나. 후덕한 경비아저씨를 지나. 놀이터 수풀을 건너고. 헬스장을 지나쳤다. 힘들었던 군대생활을 지냈던 부대도 등 뒤로 하고. 그리고 저 멀리 지방 어느 한적한 마을도 머리 위로 넘겼다.



어디 까지 달려야 모두 넘기고 버리고…. 그럴 수 있을까. 등 뒤로.



무작정 달려 온 곳은 레스토랑이었다. 거기에서 시작된 모든 것. 그 날 내가 멈추었다면 좋았을 것을…



늦여름의 후덥지근한 바람에 숨이 막혔다.



그렇구나. 멀리 멀리 떠난 것은 아내가 아니라 나였다. 아내를 그런 곳에 버리고 나는 너무도 멀리 가버렸다.



“투투툭….투투툭…”



머리 위로 비가 내린다. 이제 늦여름의 소나기가 엄청난 소리를 내며 머리 위로 쏟아졌다. 정신 없이 쏟아지는 비는 내 눈도 가리고 귀도 가렸다. 아무 것도 보기 싫고 아무 것도 듣기 싫은 나는 소나기가 너무도 반가웠다.



그리고 레스토랑을 끼고 돌아 집으로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꺄악!!!!”



“가만히 있어!!! 너 왜 그래? 미쳤어?”



레스토랑 뒤다. 뒷골목 막다른 곳에 두 남녀가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이제…이제..그만 해요… 나 지쳤어요….”



“흐흐흐… 너 미친 거 아냐. 너 같은 색녀가 나를 이제 와서 거부할 수 있을 것 같아.”



철근과 아내였다. 소나기에 흠뻑 젖은 두 남녀는 서로를 노려보았다.



“그…그래요. 난 음란해요. 음란하다 못해서 완전 색녀에 화냥년이에요. 그래서 당신 자지도 빨았고 처음 보는 남자랑 섹스도 했어요. 지금도 남자가 너무 고프고 보지가 벌렁거려요. 지금도 다리 벌리고 창녀 짓이나 하고 싶어요.

그…그치만… 난 이제 너무 피곤해요. 그만…. 그만… 쉬고 싶어요….”



“흐흐 뭐 그래… 쉬다보면 어차피 내가 그리울 거야. 가기 전에 여기서 한 판만 하자구.”



“흐…흐흑…..안…안돼…..안돼…..”



아내가 울었다. 그러나 아내의 몸은 철근에게 길들여졌다. 다가오는 철근을 밀어내지 못하고 젖은 블라우스가 찢어졌다. 철근의 입에 아내의 하얀 젖가슴이 물리자 이내 아내의 고개가 뒤로 꺽이며 눈을 감고 철근의 애무를 음미했다. 감긴 눈 아래로 아내의 벌어진 입에서 깊은 신음을 흘러나왔다.



티셔츠를 벗었다.

티셔츠를 벗어 얼굴을 둘둘 감고 골목으로 무작정 뛰어갔다. 쏟아지는 비 속에 엉키어 신음을 뱉고 있는 남녀에게 돌진한다.



그리고 바지를 내렸다.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가 내 아랫도리를 적신다. 시원했다.



“야!!!!!!!!!!!!!!!!!!

씨!

팔!

놈!

아!!!!!!!!!!!!!!!!!!!!

보고 싶으면 내 꺼 봐라!!!! 이 자지 보지들아!!!!!!!!!!!!!!!!!!!!!!!!!!!!!”



나는 그렇게 괴성을 지르고는 돌아서서 뛰기 시작했다. 늦여름의 소나기가 쏟아지는 밤거리에 어떤 미친 놈 하나가 티셔츠를 얼굴에 두른 채 자지를 덜렁이며 뛰어갔다.













자정이 넘어 비에 쫄딱 젖어 집에 들어왔지만 아내는 집에 없었다……





그로부터 몇 일이 지나도록 아내를 볼 수 없었다. 철근을 찾아갔지만 그 역시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아내의 친정을 찾아갔지만 아내의 행방을 알 수 없었다. 맡긴 애를 안고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한 달을 혼자 아이와 그 아파트를 지켰다. 밥이 넘어가지도 않았지만 꾸역꾸역 먹었다. 살아있어야 했다. 한 달이 되도록, 두 달이 되도록 그 둘의 행방을 알 수 없자, 그 해 가을 병원에 사직서를 낸 뒤 지방 병원으로 이직하고 아이와 둘이서 새로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철근의 와이프가 뛰어다녔지만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어디 룸싸롱에서 아내와 비슷한 사람을 보았다는 이도 만났고, 어디 단란주점에서 비슷한 여자를 보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어떤 남자에게 끌려 다니며 이 동네 저 동네 다리 벌려주고 먹고 산다는 남녀의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그 비슷하다는 여자들을 직접 만나러 달려갔지만 그 여자들은 아내가 아니었다.



그렇게 삼개월이 흐르자 스산한 가을도 벌써 늦가을로 접어들었다. 독하도록 붉게 타오르던 단풍의 피빛도 갈변하여 갈색의 말라붙은 낙옆으로 발 밑에 굴렀다.



나는 아내를 찾기를 포기하기로 하고 아이라도 잘 키우기로 결심했다.

하긴 찾아서 어쩌겠다는 건가…… 스산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아이를 껴안고 생각했다.



뜨거웠던 여름이 식었고,

스산한 가을이 죽었다.









그리고 겨울이 왔다.



첫 눈이 하늘에서 내렸다. 눈을 본 아이가 신이 나 내 손을 끌고 놀이터로 뛰어갔다. 눈 속에서 구르며 꺄르르하는 아이. 아이의 기분이 좋을 때 내 마음은 더 먹먹해진다.



아이가 눈 속에서 눈사람을 만들고 있다. 그런 아이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나는 한 계절이 지나야 깨달은 것이다. 그것은 결국 내 잘못이었다는 것을. 내 어리석음이었다는 것을. 그것도 몇 번이고 반복된 나의 잘못이라는 것을.



처음 시작한 것도 사랑을 가장한 내 그릇된 욕망이었다. 중간에서 뛰어들어 아내를 끌어내렸어야 했다. 민호아빠처럼 머리채라도 잡고 나왔으면 우리는 서로 눈가에 멍 정도 드는 것으로 끝냈을 것이다. 그럴 기회는 한 달 내내 언제나 있었다.



남자는 비겁했고 여자를 버렸다. 버려진 여자는 잡을 곳을 잃고 철근이라는 어둠 속으로 침착해 들어갔던 것이다.



하지만 아내가 미치도록 그립다. 하루라도 그립지 않은 적이 없었다.



아내의 품이… 아내의 작은 손을 잡고 싶다. 섹스 따윈 철근이랑 해버리든지 상관없다. 그저 지금 아이와 함께 눈싸움이나 실컷 하고 싶다. 그리고 손을 잡고 집에 가고 싶다.



돌아오면 ‘용서’를 할 수 있을까. 아니 ‘용서’라는 것을 할 자격이 내게 있을까. 그리고 ‘용서’라는 것을 구할 자격이 또 아내에게는 있는 걸까. 아내는 돌아올 염치가 없는 걸까. 나는 그런 아내를 볼 용기가 아직도 없는 걸까.



“퍽!!!”



차가운 눈덩이가 내 뒤통수를 때렸다. 얼얼한 그 느낌에 정신이 번쩍 든다. 고개를 돌렸다.



쏟아지는 눈 속으로 시야가 흐려졌다. 눈이 눈 속에 들어갔나.



아내가 있다. 무릎을 꿇고 쥐어뜯겨진 머리를 하고…. 한 겨울에 반짝이는 미니스커트에 구멍난 망사스타킹과 하이힐을 신고 눈 밭에 쓰러져 울고 있었다. 너무도 변했지만 미치도록 그리운 아내이다.



난….난….어쩌야 하지…



“엄마!!!!”



아이가 아내에게 달려갔다. 하염없이 내리는 하얀 눈 속에서 우리 셋 모두 그저 울기만 하였다. 우리의 어깨 위로 하얀 눈이 소복히 쌓였다.









............................................................ 끝













작가: 어설프게 2-3편 꼴리는 야설 쓰고 싶은 생각에 든 펜이 20부가 넘어가는 글이 되었네요. 대작들에 비해 초라한 소설이었지만 쓰다보니 야설이긴 하지만 소설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들어가버렸네요. 네토가 주제인 글이라 정사신으로 방점을 찍는 순간 너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ㅎㅎ 특히 제가 스스로 생각해도 기가막힌 소제라고 생각했던 군부대 신이 논란에 서면서 ㅎㅎ



줄곧 아내는 돌아가고 싶어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정숙한 부인이 갑자기 요녀가 되었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제가 의도했던 건 철근의 협박 속에 어쩔 수 없이 집단강간을 당하지 않기 위해 처절하게 철근에게 오럴을 해야 했던 아내였는데, 제 필력과 묘사가 부족했나봅니다. 그래도 제가 전하고 싶었던 슬픔과 가련한 여인, 어리석은 남자 라는 감정이 전달 된 것 같은 반응에 눈물나게 뿌듯했습니다.



네토가 주제였지만 결국 반-네토가 되었네요. ㅎㅎ



이 소설은 결국 각자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네요. 쓰리섬, 스와핑, 동성애, 등등 많은 종류의 섹스가 범람하는 시대잖아요. "섹스를 안하는 것 이외에 비정상적인 섹스란 없다' 라는 말을 신봉하는 저로서 각자가 가장 행복한 섹스를 하는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 속 나와 아내는 그것이 무엇인지 찾지 못하고 본능 속에 어쩔 수 없이 허우적 거리는 인물들이었네요.



엔딩이 어설프지 않았나 걱정이 됩니다. 그래도 즐거운 2월이었습니다 ㅎㅎ 2부나 차기작이요? 자신 없기는 매한가지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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