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게시판] 아내의 소개팅 - 11부 - 딸타임

아내의 소개팅 - 11부



윤정은 몇 번을 두리번거렸다. 지금까지 약속장소에 현우가 그녀보다 늦은 적은 없었다. 여기가 약속장소 맞나 휴대폰 문자를 반복해서 확인했지만 틀림없었다. 하지만 약속시간 30분이 다 되도록 현우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현우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보기도 마땅치 않았다. 그녀의 폭탄선언으로 잔뜩 상처받은 그에게 먼저 전화를 할 용기가 윤정에게는 없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질 뿐. 하지만 잘못한 건 자신이기에 약속장소를 떠날 배짱 또한 없었다. 혹여 현우가 늦게 와서 기다리지 않고 떠난 자신 때문에 두 번 상처를 받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현우가 이야기하는 ‘중요한 할 얘기’라는 게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손님, 추가로 주문하시겠어요?”



낮고 굵은 남자의 목소리. 멍하니 딴생각을 하던 윤정은 흠칫 고개를 들었다. 싱글벙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그녀에게 장난스레 말을 건넨 건 현우였다.



“윤정씨, 미안해요. 많이 늦었죠? 차 안에서 깜빡 잠이 들었는데, 기사가 엉뚱한 데로 가는 바람에... 혹시 내가 늦은 것 때문에 화난 건 아니죠?”



마치 어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여전히 명랑쾌활한 현우.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에 당황한 건 오히려 윤정이었다.



“아, 아니예요. 다 사정이 있었겠죠, 뭐.”



“근데 못 볼 사람 본 것처럼 왜 그렇게 놀라요. 음.. 커피 드셨군요. 뭐 좀 새로운 거 더 시켜요. 여기 파르페가 끝내주는데. 언젠가 한 번 미연씨랑, 아니 윤정씨랑 오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럼... 파르페 시킬게요. 현우씨도 같이 먹어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평소와 다름없이 구는 현우와는 달리 윤정은 그와의 스스럼없는 대화가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했다. 차라리 화를 낸다면 마음이 편하겠는데.



“윤정씨... 나 어제 많이 생각해봤는데...”



자리에 마주 앉은 현우가 진지하면서도 다정하게 운을 뗀다. 윤정은 숨도 쉬지 않고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아무리 생각해도... 난... 윤정씨를 잃어버릴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윤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계속해서 현우만을 바라볼 뿐.



“물론 알아요. 윤정씨가 남편이 있는 몸이라는 거. 만일 이혼하고 나한테로 와달라고 한다면 윤정씨는 받아들이겠어요?”



윤정은 차라리 눈을 감았다. 긍정도 할 수 없고, 부정도 할 수 없다. 여전히 그녀는 김현우의 여자이고 싶었다. 하지만 남편과 이혼이라.. 아들 녀석에게 뭐라고 설명을 한다? 친정 부모님한테는? 무엇보다 자신을 여전히 아끼고 사랑해주는 남편 준기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납득시킬 수 있을까?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줄 알았어요. 윤정씨에게 이혼이 무리라는 거.”



윤정은 고개를 떨궜다. 그럼 이대로 헤어져야 하는 건가. 중요한 할 이야기라는 게 결국 이혼이었던 건가. 현우씨를 탓할 수도 없지. 그가 달리 무슨 선택을 할 수 있겠어. 다 내 잘못이지.



“윤정씨를 탓할 마음은 조금도 없어요. 여기까지 온 거 내 책임도 절반은 있으니까. 그래요. 처음 봤을 때부터 윤정씨가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만일 이혼녀가 아니라 유부녀였다는 걸 알았다면 그러지 않겠지만, 그 땐 윤정씨를 가지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그 마음은 지금도 똑같아요.”



윤정은 고개를 들었다. 그럼 어쩌자는 건지. 답답하다. 현우가 말을 돌리고 있다. 여전히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현우의 입을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윤정씨가 곤란하다면 이혼하라고 요구하지 않을게요. 그래도 앞으로 윤정씨는 계속 만나야겠어요.”



“어떻게요?”



“윤정씨가 그동안 시간을 내기 어려웠던 게 남편과 아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거, 이제는 알았잖아요. 그럼 시간을 떳떳하게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되죠.”



“그게... 뭔가요?”



“취직하세요.”



“네? 어디에요?”



“저희 학원에. 강사로.”



“무슨 소린지 이해가 안 돼요, 현우씨.”



“윤정씨가 대학에서 국문과를 졸업했다고 하셨죠? 그럼 내가 운영하는 학원에 수능 언어영역 강사로 취직해요. 고등학생 대상 입시학원의 국어강사가 되는 거죠.”



“갑자기 왜요? 전 입시에 대해서 아는 게 없어요. 잘 해낼 자신도 없고.”



“아니, 강의는 할 필요 없어요. 그냥 이름만 올리세요. 남편에게도 이야기해요. 강남의 ***학원 본원에 언어영역 강사가 됐다고. 우리 학원 홈페이지에도 윤정씨 프로필 올려줄게요. 남편이 봐도 의심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물론 강사가 됐으니 강의료도 줄게요. 한달에 5백만원. 어때요? 초보강사에 대한 대우치고는 괜찮은 조건 아닌가요? 아내가 돈 벌어온다는 데 싫어할 남자 별로 없어요.”



“그래서요?”



아직 현우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윤정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그래서라뇨? 입시학원 강사들이 강의를 마치는 시간이 빨라야 밤 10시예요. 학부모 상담하고 강의자료 정리하면 12시. 게다가 회식이라도 있는 날엔 밤새고 일출 보기 십상이죠... 무슨 뜻인지... 알죠?”



아, 윤정은 그제서야 비로소 알아들었다. 가족들에게 학원에 취직한 걸로 알리바이를 만들면 매일 밤 눈치 안 보고 현우와의 밀회를 즐길 수 있는 거 아닌가. 윤정은 다시 현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냈을까. 놀라움을 넘어서 무섭기까지 하다. 치밀하고 용의주도한 남자.



“그렇게 놀란 눈으로 쳐다보지 마세요. 언젠가 내가 말했잖아요. 난 사무실에 들어앉아 맨날 이러저러한 궁리만 하고 있다고. 송미연씨를 잃어버렸으니 이윤정씨라도 데려올 궁리를 한 겁니다.”



“그럼... 전 어떻게 하면 되죠?”



“간단해요. 오늘 당장 내가 아는 사진관에 가서 프로필 사진 좀 찍어요. 그러면 뒷일은 내가 알아서 할 게요. 강의 시작은 다음 주 월요일부터입니다. 일주일 동안 남편 설득하는 건 온전히 윤정씨 몫이죠.”



이제껏 잘도 속여 왔으니 남편을 한 번 더 속이는 거야 별로 대수로운 일도 아니잖아. 현우는 차마 그 말은 꺼내지 못했다. 먹이를 노리는 야수는 목표에 걸린 놈이 확실한 사정권에 들어오기까지는 섣불리 발톱을 드러내지 않는 법. 현우는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윤정을 바라보았다.



“할 수 있죠, 윤정씨?”



윤정은 대답하지 않았다. 경험상 현우는 그녀의 침묵을 ‘예스’로 해석했다. 넌 내가 던진 미끼를 물고 말 거야.









“아니, 당신...”



“그동안 내가 좀 예민하게 굴었지? 취직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느라고 스트레스를 받았었나봐. 요즘 자꾸 늦게 들어왔던 것도 학원 면접 보고 다니느라 그랬어.”



“그런 거라면 누구보다 나한테 먼저 상의했어야지.”



“그냥... 내가 오빠 월급 적다고 투정부리는 것처럼 여길까봐. 나 정말... 학원에 취직해도 돼?”



“아니... 내가 미안해서 그러지. 어떻게 살림하고 애 키우는데 돈까지 벌어오라고...”



“괜찮아. 한 5년만 허리띠 졸라매고 일할게. 그럼 어떻게든 우리 살림 좀 펴지 않을까? 동훈이는 친정엄마한테 좀 봐달라고 얘기하고.”



학원 강사로 취직했다는 윤정의 말에 남편은 입이 귀에 걸렸지만, 차마 드러내놓고 좋아하지는 못했다. 하긴 마누라한테 나가서 돈 벌어오라고 말하기엔 쥐꼬리 월급쟁이가 찔리기도 하겠지. 윤정은 남편의 속마음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너무 쉽게 낚인다, 이 남자. 자신의 아내에 대해 이렇듯 무턱대고 믿어주는 남자가 또 있을까?



“근데 학원 나가면 얼마쯤 받아?”



“글쎄, 난 경력이 없으니까 많이 받지는 못할 거야. 그래도 큰 학원이라서 몇 달 하면 그럭저럭 5백만원은 버는 모양이던데.”



“뭐, 5백만원?”



남편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수강생들이 내는 돈을 학원이랑 5대 5로 나누는 구조라서 얼마를 버는 지는 불확실한가봐. 내가 얼마나 해내느냐에 달렸지. 아마 처음에는 남들보다는 더 노력해야 할 거야.”



“그래, 그래야겠네. 근데... 당신 할 수 있겠어? 이제껏 학원에서 강의해 본 적 없잖아.”



“학원에서 시강도 해봤는데 생각보다 잘 했어. 걱정 마. 자신 있으니까.”



술술 흘러나오는 거짓말. 아무리 현우가 코치를 해준 거라지만 윤정은 자신이 너무 그럴 듯하게 남편을 속이는 데 대해 놀랐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남편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여자가 된 걸까. 부정하게 음란한 비밀을 간직한 여자. 남편도 애인도 속일 수 있는 여자.



“윤정아, 고생시켜서 정말 미안해. 내가 능력 없어서 자기 고생을 시키는구나. 미안해. 미안해. 그동안 당신 오해했던 것도 모두 미안해. 자기 힘든 것도 모르고 짜증내서 더 미안해.”



남편은 윤정을 꼬옥 끌어안으며 거듭 사과했다. 오빠, 정말 미안한 건 나야.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윤정은 자신에게 사과하는 남편의 품에서 마음속으로 남편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어쩌랴. 미안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인 걸. 이미 그녀에게 김현우 이외의 다른 선택은 없는 걸.





오후 2시에 출근해서 밤 11시에 마치는 일상. 윤정은 남편에게 그렇게 통보했다. 하지만 매일 그 긴 시간, 무엇을 하며 어디서 보낼 것인가.



“걱정하지 마요, 윤정씨.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요.”



현우의 계획에 따르면 이랬다. 당분간 윤정은 매일 오후 2시까지 강남에 있는 요가학원으로 출근해 한 시간 동안 요가를 한 후, 강남 최고급 뷰티샵으로 옮겨 헤어 및 피부 관리를 받는다. 그리고 현우를 만나 저녁을 먹은 후 그의 차를 타고 현우의 빌라로 이동해 함께 시간을 보낸다. 현우가 바쁜 일정이 있어 함께 하지 못하는 날에도 그녀는 현우의 빌라로 가서 자기 집처럼 시간을 보내다 밤이 되면 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간다. 특별히 바쁠 것도, 힘들여 노력할 것도 없는 시간들. 몸매관리에 피부관리까지, 여자라면 누구나 아름다워지고 싶어하는 건 당연하다. 돈이 없고 시간이 없어서 못할 뿐. 윤정은 자신에게 이러한 혜택을 베풀어주는 김현우라는 남자의 능력에 대해 다시 한 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바보 같은 기지배. 뭐가 좋다고 결국 그 가난한 남자랑 결혼을...’



윤정은 다시 친구 미연을 떠올렸다. 만일 그 소개팅에 미연이 나갔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날밤 미연이 현우가 섹스를 했을까. 확신할 수 없지만 미연이는 자신과는 또다른 매력을 지닌 여자다. 도시적이고 야성적이고 적극적인. 어쩌면 지금 윤정이 누리게 된 갖가지 사치스러운 삶들이 전부 미연의 것이 됐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리고 앞으로 윤정씨의 이름은 송미연이예요. 윤정씨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저는 송미연으로 소개할 거예요. 그게 윤정씨에게도 편할 거구요.”



현우는 윤정의 정체를 감추려고 했다. 떳떳하게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닌 마당에 윤정도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놓고 다닐 생각은 없었다. 현우의 제안을 따를 수밖에. 결국 그녀는 송미연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윤정은 묘한 생각이 들었다.





“어서 오세요. 송미연씨죠?”



그녀가 처음 들어선 뷰티샵의 마담은 한 눈에 그녀를 알아봤다. 큰 키에 깡마른 체구인데다가 신경질적인 인상이었는데, 의외로 윤정에겐 퍽 나긋나긋하게 굴었다.



“아, 네. 저를 어떻게 아셨어요?”



“김 사장님이 말씀해놓고 가셨어요. 미쓰 송이 오실 거라고. 사진도 보여주시고. 근데 실물이 훨씬 미인이시네.”



“아휴,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 전 미인에게 서비스할 때가 젤 좋아요. 아름다운 여성이 가장 아름다워지는 순간을 찾는 재미랄까, 뭐 그런 게 있거든요.”



“너무 띄워주지 마세요.”



“아뇨. 성형 전혀 안 하셨죠?”



“네.”



“이 바닥에서 이런 천연 미인은 정말 오랜만에 만나거든요. 저만 믿으세요. 제가 한눈에 김 사장님의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변신시켜 드릴게요.”



윤정은 얼굴이 빨개졌다. 이 여자, 나와 현우씨의 관계를 알고 있다. 어떻게 된 거지? 현우씨가 그런 것까지 털어놓는 사이인가?



“호호 너무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김 사장님이 피앙세라고 말씀해두셨거든요. 최고의 서비스로 모시라고. 호호. 너무 수줍어하신다.”



윤정은 금세 이 수다스러운 여자가 마음에 들었다. 쉴 새 없이 손님에게 아부하면서 그들의 기분을 최고조로 만들어주는 솜씨. 마사지를 받기 위해 베드에 누운 윤정은 더 아름다워질 자신을 상상하며 편안히 눈을 감았다.







“와우!”



윤정을 만난 현우는 과장된 몸짓으로 감탄사를 연발했다.



“놀리지 마요, 현우씨.”



“아니, 내 눈이 정확했어요. 미연씨. 조금 관리만 받으면 당장 길거리에서 캐스팅하겠다는 기획사 사장님들이 줄을 설 거라고 했잖아요. 하지만 내 상상 이상인데요.”



예쁘다는 칭찬에 안 넘어가는 여자 없다던가. 뷰티샵 마담에 이어 현우까지 계속해서 칭찬을 해대자 윤정은 하늘에 붕 떠있는 기분이었다. 사실 현우가 마담을 통해 전해준 원피스까지 입고 나타난 윤정의 모습은 그러한 칭찬이 과장이 아니라는 듯 화려한 아름다움을 뽐냈다. 그녀 역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만족했다. 다섯 살은 어려진 느낌이랄까.



“우리 밥부터 먹자구요.”



두 사람은 근처 호텔에서 근사한 저녁식사를 했다.



“아직 일곱 시밖에 안 됐네. 이제 갈까요?”



윤정은 온몸이 화끈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이제 현우의 빌라로 향할 시간이다. 그녀가 욕정에 굶주린 한 마리 암컷으로 변신하는 장소. 지금껏 만나 섹스를 하던 사이지만 오늘따라 윤정은 현우가 새롭게 여겨진다. 마치 처음 만나던 날의 설레임 같은 거랄까. 현우 역시 평소보다 한껏 멋을 내고 왔다.



“다 왔어요. 여기예요.”



현우의 빌라. 재벌 2, 3세들이 몰려 산다는 바로 그 곳. 윤정은 현우가 시키는 대로 진한 선글라스를 끼고 모자까지 쓴 채 차에서 내려 그의 집으로 향했다.



“자, 들어와요.”



현우의 빌라는 넓으면서도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는데, 윤정은 혼자 사는 현우에게 그리 큰 집이 왜 필요한지 의아했다.



“침대가 참 많아요.”



“뭐, 더블베드만 네 개니까.”



집 전체에 더블베드가 네 개씩이나. 이렇게 많은 침대가 도대체 왜 필요한 건지도 윤정은 궁금했다.



“다 필요한 침대지. 흐흐. 두고 보면 알게 될 거야, 미연씨.”



윤정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였다. 가면을 쓰고 자신과 섹스를 했던 그 낯선 사내. 그가 건너편 방에서 문을 반쯤 연 채 윤정에게 눈인사를 했다.



“아, 아니. 당신은 여기에 어떻게?”



“우리 예쁜 아가씨가 보고 싶어서 왔지. 흐흐흐”



윤정은 현우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라는 표정으로.



“미연씨,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학원강의를 시작할 시간이예요. 오늘 첫 강의니까 매우 인상적으로 데뷔해야죠. 흐흐흐.”



징그럽다 싶을 정도로 기름진 웃음을 흘리는 현우, 그의 뒤쪽으로 다른 사내 한 명이 더 나타났다. 현우보다 키도 크고 다소 뚱뚱한 체격의 거구. 그 역시 먹잇감에 침을 흘리는 늑대처럼 윤정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현우, 현우씨. 이런 얘긴 안 해줬잖아요!”



“그럼 이제 하죠. 정식으로 소개합니다. 우리 클럽 멤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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