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별 야설] 내 나이 쉰넷에 1 - 6부 - 딸타임

내 나이 쉰넷에 1 - 6부

내 나이 쉰넷에 5





아침에 눈을 떠 보니 밖이 너무 환하데요.

잠들기 전에 걱정했던 대로 늦잠을 잔 거예요

아이들 밥해줘야 하는 데,,,,,,

깜작 놀라서 옷도 제대로 못 걸치고 주방으로 달려 나오는 데 아이들이 식탁에 둘러 앉아 밥을 먹고 있는 거 있죠.

랑은 씽크대에서 애들 도시락 싸고 있고,,,,,,,,,,.

우리 랑요,

주방 근처에는 얼 신도 안 하는 사람이거든요.

어렸을 때 엄마들이 그러잔아요. 남자들이 부엌에 들어가면 고추 떨어진다고,

우리 랑 딸만 여섯 있는 집 외 아들인 데 부엌 근처에 가보기나 했겠어요.

얼마나 미안하던지,,,,.

계면적은 미소를 띠고 랑을 쳐다봤죠.

“미안해”

“미안한긴 뭘, 당신도 앉아 내가 밥 퍼 줄께”

랑이 생전 처음 한 밥인 데 제대로 하기나 했겠나 싶었어요.

식탁에 앉아 랑이 퍼 주는 밥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데, 처음 밥을 지은 사람의 솜씨라고는 믿을 수 없더라고요.

김치찌개를 한 숟가락 입에 떠 넣어 보고 또 한 번 놀랐어요.

내가 만든 김치로 한 건 맞는 데 전혀 맛이 다른 거예요.

얼마나 맛나던지 나하고 애들하고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모두 먹었어요.

“당신 어디서 배웠어? 음식 솜씨가 아주 좋네.”

“배우긴 어디서 배워, 나이가 서른하고도 반이 넘었는데, 남들 하는 거 처다만 보고 있어도 이 정도는 하는 거 아냐.”



아이들 학교 보내고 랑 출근하고 나서, 한 숨 푹 잤어요.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에 깨는데, 순철씨더라고요.

오늘도 어제 거기서 만나자는 데, 제가 한 마디로 거절했어요.

나한테 이렇게 잘 해주는 랑이 있는 데, 그 동안 캬바레에 다녔던 것, 어제 순철씨하고 만나서 같이 밥 먹고 춤추고 잔뜩 흥분 했던 일들을 생각해보니, 랑한테 미안하고, 내가 바보 같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욕실에 가서 찬물로 샤워 한번 하고 나니 온 몸이 날아갈 것 같은 거 있죠.

저절로 콧노래가 나오고, 거울을 보는 데 내 얼굴이 달라 보이는 거 예요.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것이 내가 봐도 어제보다 좀 예뻐진 것 같더라고요.

시장에 가서 불고기 거리도 한 근 사고 닭도 한 마리 샀어요.

집에 와서 랑 사무실에 전화해서 오늘은 집에 일찍 와서 애들하고 같이 밥 먹자고 하고는 음식을 만드는 데 절로 신이 나데요.

그렇게 들떠서 일주일이 지나갔어요.

그 동안 아래층 언니도 안 만나고, 순철씨하고 전화도 안 했어요. 캬바레는 더구나 안 갔죠.

그런데도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고, 심심하지도 않았어요.

랑과의 진한 섹스 한 번이 나를 이렇게 변하게 했어요.

모든 사물이 예뻐 보이기만 하고 애들도 갑자기 착하게 변한 것 같고, 출근하는 랑을 쳐다보면 무슨 영화배우보다 더 멋져 보이더라고요.

아무튼 무지무지 행복한 하루하루였어요.



여자는 변덕쟁이란 말이 맞는가 봐요.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쇼파에 앉아 커피 한잔을 하는 데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남들은 아내가 바람을 피면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린다느니, 머리를 박박 밀어 버린다느니, 하는 데, 내가 캬바레에 가도, 다른 남자와 손잡고 춤을 추고 잔뜩 흥분해서 집에 들어 와도 아무 말 안하고, 심지어 다른 남자와 씹을 해도 자기한테 말만 하면 다 괜찮다니 이게 어디 말이나 돼요.

나를 조금이라도 사랑한다면 이럴 수 없는 거자나요

막 화가 나더라고요. 겁도 나고.

그 날 저녁에 집에 들어온 랑한테 막 따졌어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 안는 것 아니냐?

어디 다른 여자를 숨겨 놓기라도 했느냐?

내가 이혼이라도 해 주기를 원하고 있는 것 아니냐?

뭐 대충 그런 내용인 것 같아요.

“어허 이사람, 어서 가서 술상이나 하나 봐 와. 내가 다 얘기 해 줄 테니까”

아~ 이제 이 사람이 다 불려고 하나 보다 생각하니 괜히 물어 본 것 같기도 하고, 진짜 이혼이라도 해 달랄까 봐 겁도 나고,,,,,,

아무튼 랑이 갑자기 미워 보이는 거 있죠?

소반에 달랑 소시지 몇 쪽에 소주 한 병 들고 안 방으로 들어 갔어요.

물론 그 날 비운 소주가 다섯 병도 넘었고 야식 집에서 배달을 두 번씩이나 다녀 가긴 했지만요.

나는 소주 두 잔이 최고로 많이 마시는 거니까 나머지는,,,,,

어떻든 그 날 저녁 랑이 나한테 해 준 얘기를 가능한 한 여기에 옮겨 보려고 하는 데 20년 전 일이라 잘 기억도 안 나고, 좀 지루한 얘기 일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 날 저녁 랑이 나한테 해 준 얘기로 인해 그 날부터 내 인생이 달라졌다고 봐야 하니까 나에게는 엄청 중요한 얘기라고 할 수 있어요.

좀 지루하더라도 참고 읽어 주시면 고맙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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