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별 야설] 버블의 추억 - 4부 - 딸타임

버블의 추억 - 4부

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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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6월.



뉴욕에서의 그 개망신이 있은 지도 3개월이 지났다.



유키 제국의 총사령부 치요다구 유키 빌딩에서는 회사의 명운을 가를 회의가 벌어지고 있었다.



운영위원회가 급히 소집되었고, 회장 겸 사장 겸 CEO 유키 다카오가 회의를 주재하였다.



그의 옆에는 그의 유일한 핏줄인 유키 요코 (샤오여)가 자리했으며,



좌측에는 다케코와 재준, 재필이, 우측에는 현승, 현림이 앉았다. 이 7명이 유키 사의 운영위원회 멤버들이었다.



다케코 일당이 무슨 짓을 할 줄 몰랐기 때문에, 일단 지분 문제는 정신장해자 수용소에 있는 미카코가 사망한 후에 다시 논하기로 하고,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되 운영위원회에서 회사의 방향을 결정하기로 하였다. 재준 일파도 다이쇼와 법정에서 붙는 데에는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다이쇼는 입을 연다.



“최근 부실대출을 줄이려는 대장성의 노력으로 자금줄이 마르고 있다. 어떻게 했으면 좋募째?



재준 일파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현승이 말했다.



“방만하게 운영되는 호텔과 건물들을 처분하고, 부채 상환에 나서는 게 좋겠습니다.”



“처분이라?”

“다이쇼께서도 여러 건물과 땅을 처분하신 적이 있지 않습니까? 좀더 짜임새 있는 회사경영을 위해서…”

“내 제국을 한 치라도 줄이자는 자는 반역자다.” 다이쇼는 소리쳤다.



“회사의 차입금이 이미 1조 5천억엔에 이릅니다. 한 달에 이자비용으로만 1백억엔이 지출되고 있습니다. 회사의 수입은 한정되어 있는데 지출은 점점 늘어갑니다.”



“이놈! 나는 창고 부지 하나로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되었다. 누가 감히 내게 이래라 저래라 해?”



.다이쇼가 말한다. “소개할 사람이 있다. “ 그는 리모콘을 눌렀다. DVD가 상영되기 시작한다.



(당시도 DVD는 있었습니다 . 다만 매우 비싸고 불편해서 일반인들은 쓰지 않았음)





영어로 누군가가 말하고, 일본어 자막이 밑에 있다.



“헬로우, 아임 프랜시스 듀포…”



듀포는 자신의 사업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잘 봐라. 캐나다의 유명한 사업가 프랜시스 듀포이다.”



듀포는 잘 알려지지 않은 캐나다의 사업가이기 때문에 모르는 이가 많았다. 하지만 DVD에 나오는 영상으로 볼 때에는, 듀포가 가진 트리옹페 미디어는 헐리웃과 미국 티비업계에 엄청난 영향력이 있는 듯했다.



“듀포도 나처럼 부동산으로 시작했다. 그가 우리에게 동업을 제의했어.”



현승이 말한다. “그런 사람이 왜 부동산만 해 온 다이쇼에게 제안을 했지요?”

“나의 실력을 보고 온 것이지. 그 사람은 전재산을 뜻있는 이에게 헐값에 넘기고 여행이나 다니고 살려고 한다고 하더라.”



현승은 불안감이 느껴졌다. 듀포의 얼굴에는 착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겉은 번드르르하지만, 뱃속에는 독을 갖고 있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저는 불안한데요..”



“나 유키 다카오도 비지니스 경력이 50년이 넘는다. 사람 보는 눈은 알아. 저런 사람을 잡아야 세계의 파워맨이 된다. 도쿄에서 건물장사나 해서야 누가 세계에서 나를 인정해 주겠니? “



현승이 계속 따진다. “이 일에 들어갈 자금이 얼마지요?”



“일단 선금으로 20억 달러를 주고, 잔금으로 30억 달러를 차례로 나눠 주면, 트리옹페 미디아는 우리 것이다.



이 때 이나모리가 불을 끄고, 작은 불을 켰다. 유키 다카오가 말한다.



“자. 운영위원회에서 유키 창성사와 트리옹페 미디어의 합병을 결의하고자 한다. 지금 당장 거수로 투표하자. 찬성!”



유키 다카오가 손을 들자, 다케코와 재준, 재필이 재빨리 손을 들었다. 현승은 머뭇거린다.



현림은 잠시 현승과 다이쇼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다, 천천히 손을 올린다.



“요코! 켄케이! 뭐 하는 거야?” 다이쇼가 소리쳤고 이나모리는 얼굴을 찌푸린다.



현승이 말했다.



“저는 찬성할 수 없습니다.”



좌중에는 정적이 흐른다. 누가 다이쇼에게 찬성한다 안한다 말할 수 있나?



이 때 샤오여가 따른다.



“저도 켄케이 씨의 말이 맞는 거 같네요.”



“좋다. 그럼 너희 둘은 반대하고, 운영위에서 5대 2로 찬성한 걸로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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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은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왔다.



뉴욕에서의 그 재난 이후 한국에 가는 걸 금지당하고 도쿄에서 근신하고 있던 현승은, 점점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요란스런 사무실과 예쁜 비서들, 그리고 직원들이 있지만, 현승이 자청해서 맡은 ‘아시아분석부 ‘는 그 혼자였다. 아시아분석부는 한국, 중국, 동남아 등의 부동산 동향을 알아보고 투자하는 부서이다.



오늘도 그는 여러 곳에 전화를 걸고 있는데, 샤오여가 들어왔다.



“오랫만이네요?” 그녀는 일본어가 꽤 늘어 있었다.

“회사에는 왠일입니까? 집에서 각계의 전문가들에게 특별교육을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



“할아버지가 이제부터는 회사에 나가서 감각을 익히라고 하셨어요. 너는 유키 다카오의 손녀이니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잘 할 거라고 하시면서.”



일본에 온 후 살도 좀 오르고 , 처음 봤을 때의 애처로운 모습보다는 조금 나아 보였다.



“그렇군요. 그런데 왜 저를 찾아오셨는지요?”

“할아버지가 저를 시집보내려고 해서요.” 그녀는 말을 더듬는 듯했다.

현승이 말했다. “굳이 그러지 말고 중국어로 해요.”

샤오여는 자연스럽게 말하기 시작한다.

“여러 곳에 혼처를 찾고 있는 거 같아요. 빨리 나를 결혼시키려고.”



“그러하군요. …” 현승은 생각에 잠긴다. 그녀를 차지하는 게 옳은 일인가? 아니면 그가 생각하는 바를 실행에 옮기는 게 옳은 일인가.



“갑시다. 어차피 사무실에 있는 것보다는 나가는 게 낫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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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 차이나타운.



물론 그녀도 혼자서 여기 얼마든지 올 수 있겠지만, 현승과 같이 오는 건 기분이 다르다. 그녀가 혼자 이런 곳에 오려면 경호원이 수십 명은 따라붙기 때문이다.



뉴욕에서의 대재난 이후, 그녀는 외부에 철저히 차단되었으며,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도 없었다. 더우기 언제 재준 일파의 반격이 있을 지 모르니 맘대로 산다는 건 안 되는 일이다.



그들은 이곳의 한 포자점(만두집)에 들어갔고, 당연히 제일 비싼 것을 시켰다.



샤오여가 말한다. “제 부모님 소식을 좀 알아볼 수 있어요?”

“하얼빈 감옥에 있다는 그분들을요?” “네.”

“.... 알아 보지요.”

“켄케이 씨는 왜 금욕생활을 하고 여자친구도 하나 없는 건가요?” 그녀는 궁금한 듯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스캔들로 주간지를 들썩거리게 하는데 당신만 아무 말이 없네요.”

“저는 꿈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 “네?”

“저는 한국에 나가서 조용히 있기를 바랍니다. 다이쇼의 경영방칙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할아버지의 방침이요?” 그녀가 묻는다.

“네. 지금 세계의 경제동향은 과도한 투자를 줄이는 방향인데, 다이쇼는 훨씬 크게 노시려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그 시절의 50억 달러는 지금의 125억달러가 넘는 돈이다. 이렇게 큰 돈을

외국 회사 인수에 쓰겠다고 나선 것이다.



“저는 그런 할아버지가 좋은데요?”

“그럼 왜 저를 따랐습니까?”

“아무래도 너무 빨리 나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할아버지는 부동산 밖에 모르시는데 잘 알지도 못하는 미디아 분야에 그렇게 큰 돈을 투자한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요.”



두 사람은 더 이상 말 없이 포자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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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경제신문, 잡지에는 세계 최고의 갑부 유키 다카오가 캐나다의 트리옹페 사를 인수한다는 소식으로 표지를 장식했고, 유키 다카오는 생애 최초로 여러 언론사들과 인터뷰를 갖는 등 방방 뜨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현승은 그러는 동안 한국측과 다시 연락을 취하면서 , 돌아갈 날짜를 생각하였다.



오늘 저녁 갑자기 가족회의가 소집되었고, 모두 모였다.



가족회의장에는 모두 일본옷을 입고 모인다. 유키 다카오는 실크로 된 유카타를 입었고, 옆에 앉은 요코(샤오여)는 금실로 수를 놓은 기모노를 입었다.



그리고 다케코와 재준, 재필이 한쪽에, 현승, 현림이 반대쪽에 앉는다.



다이쇼가 말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건 중대발표를 하기 위해서다.”



요코를 포함 모두 다 놀랐다.



이나모리가 말한다.



“요코 아가씨를 중국에서 데려온 지 4개월이 지났습니다. 그 동안 혈액형 검사 등 여러 검사를 했지만, 유전자 검사를 아직 하지 않았습니다.”



유전자 검사?

당시에는 그런 게 있는 줄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최신기술인 유전자검사를 하기 위해 미국에 회장님과 양샤오여의 유전자 샘플을 보낸 결과가 돌아왔습니다.”



양샤오여? 이나모리는 언제나 그녀를 요코라고 불렀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양샤오여는 회장님의 손녀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모두들 망치로 처맞은 듯한 느낌이었다.



현승이 말했다. “그냥 말로만 해서는 못 믿겠습니다.”

“아니, 켄케이. 이건 너에게 좋은 일이 아니냐?” 다케코 할머니가 현승에게 쏘아붙인다.

“다케코상. 이 회사의 후계자는 확실히 정해져야 합니다. 겨우 종이 한 장으로 결과를 낸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이나모리는 종이를 건네주었다. 현승은 영어로 된 그것을 한번 읽어보았다.. 결과는 네거티브였다.



샤오여가 일어나 말한다. “아니라고요? 그런데 왜 저를 그 법석을 떨면서 중국에서 데려왔고 왜 우리 아버지 어머니를 감옥에 가뒀지요?”



“그건 미안하게 됐다.” 다이쇼가 냉정히 말했다. “하지만 넌 4개월간 온갖 사치를 누리며 지상에 없는 거 다 먹어 봤잖니? 거기에 대한 댓가를 치루어야겠다.”



“잘못 안 것에 대해 왜 샤오여가 댓가를 치뤄야 합니까?” 현승은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말한다 . 그러자 재준은 “형, 혹시 저 여자애 좋아해?” 라고 비아냥거렸다.



“잘못 안 건 잘못 안 거고 댓가는 댓가야. 그 동안 저 애가 먹고 자고 쓴 돈의 댓가는 2억엔이다.”



“말도 안 돼요! 내가 해달라고 했나요?”



이 때 이나모리가 휘파람을 불자, 시녀들이 뛰어들어와 샤오여를 끌고 나갔다. 그녀는 쫓겨나면서도 ‘왜 나야!’ 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이 때 다이쇼가 말했다. “흠흠! “

다케코가 말한다. “그러면 다음 후계자는 당연히 우리 히데토시(재준) 가 되는 것이지요?”

재준도 귀가 똥그래져서 다이쇼의 말을 기다렸다.



이 때 시티폰(휴대폰의 할아버지뻘 되는 것) 이 울린다. 무거운 시티폰은 이런 데서나 실용적이지 실생활에선 큰 쓸모는 없다.



“알았어. 나가지.”



다이쇼가 말했다. “모두 다 마당으로 나가자.”



고급 롤스로이스 한 대가 자동으로 열린 정문으로 들어왔고, 차가 멈추자 비싼 옷으로 치장하고 보석 귀걸이를 한 젊은 여자가 나왔다.



재준이 말했다. ‘아니, 너는 세츠코!”



세츠코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아니 이게 뭔가?



“오냐. 이 아이가 미카코의 양녀인 구조 세츠코, 아니 이젠 유키 세츠코라고 불러야겟구나. 우리 집안을 물려받을 아이다.”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노릇이야?



세츠코는 재준에게 의미심장한 눈빛을 날린 후 안으로 들어간다.



세련된 세츠코의 모습은 여자를 많이 겪은 재준, 재필, 현림에게도 충격이었다. 다만 현승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상황을 판단했다.



이들은 모두 들어가 다시 식당에 아까와 같은 포지션으로 앉았고, 하녀가 메이드복을 입은 샤오여를 데리고 나왔다. 샤오여는 화난 얼굴이다.



“다이쇼. 하녀 양샤오여를 데려왔습니다.”

“오냐, 알았다. 양샤오여. 너는 돈을 다 갚을 때까지 이곳에서 하녀로 일할 것이다.”



현승이 말했다.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습니까? 중국에 잘 있던 사람을 데려와서는 공주라고 했다가 이젠 하녀라고 하니 도대체 말이 되는 노릇입니까?”



“켄케이. 그렇게 불쌍하면 네가 2억엔을 내고 데려 가든지.”



현승은 생각에 잠겼다.



나가시마 가의 4인인 현승, 현림, 재준, 재필은 한 달에 용돈 오백만 엔 (지금 돈 한화 1억5천만원)을 받았다. 현림 등은 그 돈을 모두 유흥으로 다 써버렸고, 다이쇼에게 몇억 엔씩을 빚져 있다. 재준 4억엔, 재필 2억엔, 현림도 1억엔 이상의 빚이 있다.



하지만 현승만은 그 돈을 함부로 쓰지 않고 모아 놓고 있었다.



현승이 대답했다. “2억엔을 드리죠.”



좌중은 입을 다물었고, 다만 세츠코만이,



“켄케이 씨, 의외로 통이 크네요? 겨우 하녀 한 명을 위해 2억엔을 쓰겠다고요? “

“2억엔이면 도내(도쿄 시내)에 방 하나도 얻기 힘듭니다. 차라리 그런 데에 쓰겠습니다.”





그렇다. 중형주택 정도면 10억엔은 우습게 넘었고, 2억엔짜리 집은 씨가 말라서 보이지도 않았다. 지금(2011년)은 사정이 다르지만.



다이쇼가 말했다. “언제까지냐?”

“오늘 당장요.”



다이쇼는 잠시 헛기침을 하다 말했다. “좋아. 오늘 24시까지 2억엔을 현금으로 가져와라. 안 그러면 이자는 매일 1할씩이다.”



“이런 법이 어디 있죠?” 샤오여가 물었다.



“나는 유키 제국의 황제다. 법은 내 입에서 나온다.”



다케코 등도 모두 부들부들 떠는 듯했다. 다이쇼는 자신의 힘을 모두의 앞에서 과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승에게 당장 현금 2억 엔이 있을 리 없다. 그는 그 돈을 여기저기에 투자해 놓았기 때문에, 당장 동원 가능한 현금은 몇백만 엔에 불과했던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제가 사 놓은 건물 하나가 있습니다.”



좌중은 다시금 조용해졌다.



“후쿠시마에 4층짜리 건물이 있습니다.”



후쿠시마는 도쿄에서 200킬로 정도 떨어진 동북의 소도시다. 비록 멀지만 신칸센이 있어서 도쿄에서 왕복이 어렵지는 않다.



“후쿠시마라 … 내가 그런 조그만 곳까지 신경쓰기는 좀 바쁘지 않나?”



현림이 말했다. “형! 언제 거기다 건물을 샀어?”

“넌 알 거 없어! 후쿠시마의 그 건물은 최소한 3억엔은 될 겁니다. 그걸로 샤오여를 데려 가겠습니다.”



“하하하하. 데려 가서 같이 살 테냐?” 다이쇼는 현승을 비웃었고, 샤오여는 놀란 얼굴이었다.



“네.”



“그럼 당장 그 건물 문서 가져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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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현승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건물 문서를 가져왔다.



다이쇼는 현승에게 말했다. “좋다. 지금 당장 건물을 내놓아라.”

“네.”



부동산회사다. 매각절차는 대단히 빨리 진행되었고, 현승의 3억엔짜리 건물은 댓가 없이 다이쇼에게 넘어갔다.



다이쇼가 도장을 찍자 현승이 말했다.



“자. 이제 샤오여는 더 이상 메이드가 아니어도 됩니다. 맞지요?”



다이쇼는 헛기침을 했다. 뭔가 계획이 잘못된 듯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잠시 후 입을 연다.



“물론. 이제 샤오여를 네가 데려가든 말든 상관 않겠다. 다만,” 그는 이나모리에게 눈짓을 한다.



“샤오여는 더 이상 이 집과 관계가 없으므로 하얼빈 감옥에 갇혀 있는 그녀의 부모님을 더 이상 우리가 보호해 줘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하얼빈에 전화 한 통화만 넣으면 내일 해가 지기 전에 그녀의 부모는 법에 따라 총살형에 처해질 겁니다.”



현승이 말했다. “그럼 어쩌자는 겁니까?”



“샤오여가 이 집에서 메이드로 지낸다면 최소한의 정으로 그들의 목숨은 구해 줄 수 있다. 물론 법에 따라 석방은 안 되고, 최대한 사형을 늦춰 줄 수 있다. 혹시 아는가? 등소평이 죽으면 형이 좀 줄어들지? 샤오여. 어떡하겠느냐. 켄케이를 따라 가겠느냐, 여기서 메이드로 그냥 지내겠느냐?”



그녀는 울부짖는 표정이었다.



“그냥 여기 남아 메이드로 일하겠어요.”



다케코, 재준, 재필은 현승에게 비웃는 표정을 했다. 돈만 쓰고 아무 효과도 없이 되었다고.



현림조차 그를 무시하는 듯했다. 하지만 현승은 아무 변화가 없다.



“자, 됐지? 그리고 건물은 팔은 것이니까, 돌려주는 거는 없다. 오늘 저녁은 여기서 끝! 켄케이, 켄린, 히데토시, 히데스케, 너희 넷은 세츠코 아가씨에게 집 구경을 시켜 주고, 샤오여 너는 메이드 숙소로 가도록!”





2011년 4월.



미나미소마에 한식 도시락 1000개를 배달하고 돌아오는 백가상사 트럭은 후쿠시마 시를 지나고 있었다. 아마도 여기서 1박해야 할 것 같다.



차는 어느 거리를 지나간다. 현림이 소리쳤다. “형! 저길 봐!”



“저기?”



그는 저쪽에 4층 건물을 하나 발견했다. 이곳은 지진과는 약간 떨어져 있어서 건물의 피해는 없다.



“차 세워.”



트럭은 근처에 섰다. 지진 이후 다들 이 동네를 피하는 터라 차는 그리 많지 않았다.



건물은 그 동안 거의 관리가 안 된듯 낡았고, 간판에는 떨어져 나간 상호들도 여럿 있었다. 문을 연 가게는 아래쪽의 스낵바 (한국의 포장마차 비슷함) 정도였다. 손님은 하나도 없다.



그들은 들어가서 비싼 술 한 병과 야키도리를 시켰다. 마마상 (스낵바의 여주인. 대개 호스테스 등이 은퇴하여 하는 경우가 많음) 이 말했다. “손님들이 오늘 첫 손님이네요. 지진 이후에는 손님이 뜸해요.”



“사실 이분이 이 건물의 전 주인입니다.” 현림이 말했다. 현승이 묻는다.



“이 건물에 다른 세입자는 없습니까?” “제가 아는 바로는 없어요.”



“언제부터 이랬습니까?”

“여러 해 전부터 그랬죠. 저도 여기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진 모르겠어요.”



가게는 전체적으로 낡아 보였다. 손님이 없으니 투자가 없고, 투자가 없으면 더 쇠락하는 건 당연한 이치 아닌가?



“이 건물의 값이 얼마나 되는 거 같습니까?”

마마상은 잠시 머리를 긁적이다 말했다. ‘저 건너편의 5층 건물이 5천만엔에 팔렸으니 많아야 4천만엔? 그런데 아마 시설이 낡아서 수리하는 데만 2천만엔 들 걸요?”



“건물 소유주는 어디 있습니까?” 현승이 물었다.



“도쿄에 있을 거예요.”

“혹시 건물 세 낸 영수증이 있나요?” 현승은 다시 묻는다.

“.. 여기요.”

그녀는 영수증을 보여 준다. 수신자는 다른 설명은 없고, ‘雪開發’ 3자만 쓰여져 있었다.



설개발이라. 설은 일본어로 유키라고 읽는다…



“제가 이거 가져가도 됩니까?”

“왜지요?” “도쿄에서 찾아볼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현승은 술 한 병을 더 시켰다. 아마도 오늘 밤 매상이 저 여자에게는 지진 이후 최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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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말이 호텔이지 모텔급이었다. 현승, 현림은 이곳에 들었다.



현승이 물었다. “20년 전만 해도 이런 데서 자는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그래…”



“3억엔짜리 빌딩을 그냥 넘겨버린 내가 어리석게 보이진 않았니?”

“솔직히 말해 그랬어.” 현림이 말한다. “하지만 형에겐 그럴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아니야. 사실 별 이유 없었어.” “뭐?”

“다이쇼가 자기 멋대로 사람들을 움직이는 게 싫었을 뿐야.”

“그게 다였어?” “응. 내가 살 길은 다이쇼와 떨어지는 것뿐이란 걸 그 시점에서 느끼게 되었지.”

“형은 그 여자가 3억엔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

“글? 그 시점에서 그렇게 생각할 사람이 누가 있었을까? 하지만 나는 다이쇼의 반응을 보고 싶었어. “

“그래서 형의 생각은 어땠어?”

“다이쇼가 플랜b까지 준비해 놓은 걸로 보아, 분명히 이건 다이쇼의 모종의 계획이란 걸 깨달았지. 아마 당황했다면 나도 놀랐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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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일 후, 1990년 7월.



유키 다카오 등 유키 일족 전원은 캐나다의 몬트리올에 유키 사와 트리옹페 사의 합병에 도장을 찍으러 갔다. 현승은 가지 않았다. 샤오여도 메이드 자격으로 그들을 따라갔다.



현승은 왜 다케코와 재준, 재필이 합병에 동의했는지 알 수 없었다. … 도쿄에서는 현승 혼자 무슨 일을 하는 걸 막기 위해 재필을 남겨 두었다.



현승은 재필을 도쿄 아오야마에 있는 최고급 레스토랑에 초대하여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했다. 재준과는 달리 재필은 어리숙한 데가 있어서 말을 할 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메뉴는 당연히 억만장자에 어울리는 메뉴였고, 손님들은 하나 없이 오늘 밤 가게를 전세냈다. 샴페인은 돔 페리뇽 수십 병이 준비되어 있다.



현승과 재필은 송로버섯을 삼키며 이야기를 한다.



“너는 이번 합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나야 뭐 대세를 따를 뿐이야. 내가 입 놀려 봐야 아무도 듣지도 않을 테고.”



현승은 샴페인을 소주 마시듯이, 한국에서 가져온 소주잔을 들고 마신다. 하지만 그 누가 현승을 탓하랴?



”솔직히 말해 내가 없어져 줬으면 좋겠지? 켄린은 고려 대상이 아니니.”

“할머니나 히데토시(재준)형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나는 아니야.”

“그게 무슨 말이야?” “다이쇼를 그나마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은 형 뿐이야. 이번 일은 그냥.. 감이 안 좋아.”



“그런데 왜 할머니나 히데토시는 찬성했지?”

“할머니는 일이 잘못될 줄 알고 있어.”

현승은 놀랐다.” 그런데 왜?”

“지금은 다이쇼가 워낙 강해서 도전해 봐야 망할 줄 알고 있으니까. “

“….”

할머니도 무서운 사람이구나. 회사가 위기에 몰릴 때 다이쇼의 뒤통수를 쳐서 해임시키고, 자신이나 재준이 새 사장으로 오를 생각이로구나.



현승은 자신이 이런저런 경로로 알아 본 트리옹페 사의 자료들에 대해 재필에게 말할까 생각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역이용당할 수도 있으니까.



뒤에 후회할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현승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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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과 재필은 자리를 옮겨 긴자의 바에서 신나게 술을 마셨다. 물론 돈을 내는 건 유키 홀딩 컴퍼니이다. 어쨌든 현승과 재필은 유키 사의 중역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들 옆에는 비싼 호스테스 16명이 앉아서 시중을 들고 있다. 오늘 밤 술값만 수백만 엔은 쉽게 나올 것이다. 호스테스 1명도 그런데 16명이라니!



“형. 형만 혼자 금욕적으로 살아 봐야 아무런 복도 안 돼.” 재필이 말했다. “억만장자면 억만장자답게 놀아 봐야지?”



“그럼요, 그럼요.” 현승과 가장 가까운 데에 앉아 았는 호스테스 미라이는 옆에서 현승을 부추긴다.



여배우 뺨치게 생긴 미라이는 현승의 품에 파고 들어온다. 현승은 그 모습이 마치 옛날에 승은을 받으러 오는 궁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그들은 재필이 대절한 택시를 타고, 고급호텔의 스위트룸으로 향했다. 현승은 다른 방을 쓰겠다고 나왔고, 재필은 약간 실망한 듯하다.



현승은 미라이와 함께 한 방으로 들어갔고, 재필은 여자 5명과 함께 다른 방으로 들어간다.



현승은 미라이와 함께 목욕을 했다. 그녀는 군살 하나 없는 괜찮은 몸매였다. 지금까지 따로 애인을 가져 본 적이 없는 현승은, 성욕을 이런 식으로 가끔씩 해결하곤 ?다.



목욕이 끝난 후 현승은 침대에 누웠다. 미라이는 준비해 온 콘돔을 가져온다.



“켄케이 씨.. 이거 해야죠.”

“그래도 너는 양심적이구나. 내 씨 값이 얼만데 그걸 포기하려 하다니.”

“저는 이 세계에서 뼈를 묻을 예정이라 애기는 거추장스럽기만 해요.”

하기는 이런 세계에 맞는 사람이 따로 있다.



“필요없어. 스마타를 할 테니까.”



스마타는 비삽입 섹스이다. 여자가 몸으로 남자를 즐겁게 하여 주는 기술로, 풍속계에서 주로 쓰이는 기술이다.



미라이는 누워 있는 현승의 우람한 좆을 입에 넣었다. 그녀의 혀는 그의 귀두를 돌아가며 남아 있는 때까지 말끔히 제거해 주었다.



현승의 좆은 잔뜩 성이 나 있었고, 그녀는 천천히 그것을 입에서 빼낸 후 몸을 올려 그의 허벅지 위에 앉았다. 그녀는 그의 성기를 뒤로 눕히고, 그 위에 올라 앉는다.



그리고 현승의 어깨에 손을 올린 후, 기름을 자신의 생식기에 바른 뒤 앞뒤로 왕복하기 시작했다. 현승은 그녀의 음순에 눌려 있는 자신의 성기가 좀 아팠지만, 엄청난 쾌감에 어쩔 줄 모른다.



현승은 그녀의 유방을 만졌다. 하지만 귀두 쪽을 조심했다. 혹시라도 그의 정액이 한 방울이라도 그녀의 생식기로 들어가면, 어떻게 될 지 모르기 때문이다.



현림이 왜 정관수술을 받았는지 알만 했다. 현림은 콘돔도 필요 없고 피임도 필요 없이, 쑤시고 싶은 대로 다 쑤실 수 있지 않은가? 현승은 그런 현림이 부러웠다.



미라이도 점액이 분비되는지 매우 젖어 있었다. 저기다 꽂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랬다간 어떤 일이 터질 지 보장 못한다.



거의 20분을 같은 자세로 왕복운동을 계속했다. 신호가 온다. 그녀는 그의 어깨를 잡고 앞뒤 운동을 이어갔다.



순식간에 그녀의 밑에 깔린 현승의 좆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가 싼 정액은 그의 배 여러 곳에 튄다.그녀는 몸을 앞으로 옮겨 그의 귀두 끝에 묻은 정액 조금이라도 받아가려고 했고,

그는 두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들어 그런 시도를 차단했다.



오랫동안 분출을 못한 그의 정액은 그의 배에 흥건히 고였다.





옆의 재필의 방.



재필의 앞에는 5명의 호스테스들이 M자 자세로 동그랗게 누워 있었고, 재필은 차례로 세 번씩 박아 준 후 옆으로 옮겼다.



옛날 황제가 이랬을까? 이런 일을 하루 이틀 하는 게 아니지만, 하면 할수록 힘이 났다.



한 여자는 작고, 한 여자는 가슴이 크고, 한 여자는 약간 살집이 있고, 한 여자는 키가 크고, 또 한 여자는 얼굴이 일품이었다. 재필은 그들의 몸 모든 구멍에 한번씩 다 삽입한다.



재필의 우람한 좆에는 콘돔이 없었다.



여자들은 소리를 지른다. 재필은 그들을 만족시킬 마음이 없다. 오늘 밥은 재필을 위한 밤이기 때문이다.



그 근엄하던 현승을 이런 데로 끌어들인 것만으로도 오늘은 대성공이었다.



일곱 번?로 한 바퀴 돌고 있던 재필은, 다음 번에는 여자들의 머리를 무지개색으로 물들여서, 일곱 색깔 무지개식으로 한번씩 돌아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중에서도 키가 큰 여자 앞에서 재필은 조금 더 오래 머물렀다.



재필은 그녀만 붙들고 계속 박아댔다. 그러자 다른 여자들은 그의 양손과 양다리를 간질였고, 재필이 말했다. “모두 보지들을 대!”



재필의 양손은 키 작은 여자와 살집 있는 여자의 보지를 만졌고, 두 엄지 발가락은 가슴 큰 여자와 살집 있는 여자의 보지 안에 들어갔다. 재필은 극상의 쾌감을 느꼈다.



이게 다 돈의 힘이지. 돈 없으면 이렇게 살 수 있나.



술에 취한 재필은 자제력을 잃었다. 다섯 여자들에게 삽입하고 있던 재필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사정하려 했다. 그는 그의 밑에 깔린 여자에게 말했다. “빼내!”



하지만 여자는 조금도 그럴 생각이 없이 오히려 하체를 올렸다. 재필은 자지를 빼내려고 했지만, 사지가 다 여자들 안에 들어가 있어 그럴 수 없었다.



허리에 힘을 줬지만… 자지가 반쯤 빠져 나왔을 떼 정액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의 정액은 키 큰 여자의 질 안으로 속절없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이거 어쩌나? 혹시 임신이라도 되면 골치아픈데? 재필은 아직 사정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하고 있었다.



재필은 속절없이 사정을 끝냈고, 키 큰 여자의 구멍에서는 얼마가 될 지도 모르는 정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여자가 혹시라도 배란일이라면, 수천억엔짜리 정액이 될 것이었다.



-- 5부는 4부에서 약 6개월쯤 지난, 유키 가의 몰락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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